OBJECT 04: 랩 카
OBJECT 04: 랩 카 2011년, 랜드로버는 예술가인 베네딕트 래드클리프에게 와이어 프레임을 재료로 한 실물 크기의 레인지로버 이보크 조각상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위임한 바 있다. 이 작품은 빠리 모터 쇼에서 공개되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랜드로버 본사의 한 워크숍에서, 기술진은 수년간 비밀리에 이것과 유사한 실물 크기 모델을 제작해왔다. 이 기술 진의 주제는, 너무나도 새로워서 디자이너가 계속 스케치를 해야만 하는 미래의 신형 랜드로버들이다. 조각상을 제작하는 목적은, 첫 번 째 시제품이 제작되기 훨씬 전에, 엔지니어들이 새 차량의 시스템을 조립하고 테스팅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함이다. 래드클리프가 만든 무시무시하게 정교한 레인지로버 이보크 조각과는 달리, ‘랩 카’라고 알려진 이 모델에서 올-뉴 디스커버리의 완성 형태를 제대로 추정해내기란 어렵다. 하지만 외부 인사에게 이 랩 카는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차량의 디멘션이며, 신형 디스커버리의 세계 최초 지능 좌석 접이 시스템 같은 복합 구현체에 필요한 모든 구성요소를 갖추고 또 연결하는 능력이다. “랩 카의 재료는 본디 거대한 메카노Meccano 세트였던 거랍니다.” 엔지니어 데이브 힌스의 말이다. “그 재료를 하나로 합친 사람들은 정말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솜씨가 대단한 이들이죠. 그것들은 주로 차량 내 전기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데 사용되는 것들인데, 새 좌석 시스템을 위해서 우리는 일곱 개의 좌석 모두에 적용했어요. 심지어는 랩 카에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 우리는 그 시스템을 실제로 테스트하죠. 하지만 완전하고 물리적인, 처음부터 끝까지의 테스트 전체를 대체할 대체물은 사실상 없답니다.” “그리고 개발 과정상 아주 이른 시기에 테스트를 하는 까닭에, 랩 카와 관련된 우리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특정한 성질을 추가 하거나 변형할 수 있어요. 완벽한 세계 안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생각 하고 검토한 후에 비로소 하나의 시스템을 디자인하죠. 하지만 랩 카 안에서 그 시스템을 실제로 활용해보면, 처음에는 생각해보 지도 못했던, 보다 많은 아이디어나 더 새로운 사용 시나리오가 머릿속에서 떠올라요. 테스트를 마칠 무렵이면, 아마 천 명 중 한 명이나 생각해낼 만한 생각을 해낼 거예요. 하지만 그 차량은 결국 손으로 몰기 위해서 디자인되고 테스트되는 거죠.” 46
공개된 올-뉴 디스커버리 OBJECT 05: 가상의 개 1989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래, 디스커버리는 특유의 비범한 다기능성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러한 특징 탓에 디스커버리는 탐험용 차량도, 가정용 차량도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그렇게 된 건 아니 다. 그 출발점에는, 누구라도 생각해봄 직한 차량의 모든 활용도 그리고 누구라도 차량에 가지고 다닐 만한 모든 사물에 관해서, 주의를 집중해 브레인-스토밍을 했던 랜드로버 엔지니어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일에는 개의 크기를 측정하려고 집에 가는 일도 포함되었다. “그 때의 미팅을 생생히 기억하죠.“ 랜드로버 패키징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수석 엔지니어 저스틴 콜의 말이다. ”몇 년 전이었어요. 디스커버리 초기 버전에 관해 연구하고 있을 때였는데, 우리는 고객들이 차 내에 넣고 싶어 할지도 모를 모든 사물의 목록을 짜 보았어요. 미팅 참석자 중에서 그 목록에 있는 사물을 하나라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게 서핑 보드든, 산악용 자전거이든, 낚시 도구상자든) 그 사람은 집에 가서 그 사물의 크기를 상세히 측정해 가지고 와야 했죠. 캐드CAD 모델을 만들 수 있게요. 그 캐드 모델을 우리는 가상 차량에 집어 넣어, 디자인 최초 단계에서부터, 잘 맞는지 체크했고요.” 당시 저스틴에게는 샘이라는 이름의 30킬로 그램짜리 래브라도 리트리버(개의 품종)가 있었다. “디스커버리 소유주들은 큰 개를 소유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또 래브라도 품종은 인기가 많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었죠. 그래서 전 집에 가서 측정 테이프를 이용해서 샘을 측정했어요. 녀석은 벌써 한 살이나 되어서, 고분고분히 앉아 있더라고요. 우리는 그 데이터를 활용해서 두 개의 가상 모델을 만들 었죠. 앉아 있는 모습, 그리고 서 있는 모습을요. 그리고 그 뒤로는 이 모델이 모든 랜드로버 뒷좌석을 점령해왔죠.” 저스틴의 팀은 사람들의 습관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모니터링한다. 가상의 샘이 처음 창조되었을 때, 팀은 초기 노키아 휴대폰 저장공간 을 디자인하고 있었지만, 이제 새로운 디스커버리는 중앙 콘솔 하나에 미니 아이패드를 5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하지만 큰 개는 여전히 큰 개”라고 저스틴은 말한다. 몇 년 전 샘은 죽었지만, 여전히 디자인 과 정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 “그가 남긴 재는 지금 우리 집 앞의 근사한 화분에 묻혀있죠.” 그리고 샘은 그 자리가 사람에게만큼 이나 개에게도 편안한지 체크한 뒤에 디스커버리의 뒷좌석에서 아직 살아가고 있다. 47